토플 리스닝 노트테이킹 설마 이렇게 하고 있나요?
리스닝 수업을 하다 보면 열심히 필기하는 학생일수록 오히려 점수가 안 나오는 경우를 자주 본다. 손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데, 강의가 끝나고 노트를 보면 정작 문제에서 물어보는 결론 부분이 텅 비어 있다. 12년 동안 토플 리스닝을 가르치면서 확인한 건, 노트테이킹은 손 빠르기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뭘 적을지 못 정하는 학생은 아무리 빨리 써도 뒤로 갈수록 밀린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뭘 적을지 모르겠다"
리스닝 노트테이킹에서 학생들이 겪는 문제는 대부분 하나로 좁혀진다. 들리는 걸 판단 없이 그대로 다 적으려고 한다는 것. 중요한 부분과 넘어가도 되는 부분을 구분하지 못하니 문장 전체를 따라 쓰려 하고, 그러다 다음 문장이 시작되면 앞 문장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놓친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이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결국 강의 후반부, 그러니까 문제에서 가장 자주 물어보는 결론이나 비교 부분에서 노트가 가장 허술해진다.
실제 학생 노트를 보면 이 패턴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래는 2차 세계대전 레이더 기술에 관한 강의를 들으며 작성한 노트다.
이 노트의 문제는 글씨가 지저분해서가 아니다. 무엇이 핵심 정보이고 무엇이 곁가지인지 구분하려는 시도 자체가 없다. 그러다 보니 하나를 붙잡고 있는 동안 다음 정보를 놓치고, 노트를 나중에 다시 봐도 강의의 흐름이 재구성되지 않는다.
좋은 노트는 판단, 구조화, 축약이라는 세 가지로 만들어진다
반대로 노트테이킹을 잘하는 학생의 공통점은 손이 빠른 게 아니라 세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 들으면서 이건 적을 정보인지 흘려도 되는 정보인지 실시간으로 판단한다.
- 번호나 화살표, 괄호 묶음으로 정보 사이의 관계를 그 자리에서 구조화한다.
- 문장이 아니라 본인만의 약어와 기호로 축약해서 속도를 확보한다.
아래는 문어의 방어기제를 다룬 강의 노트다.
번호 1부터 5까지로 방어기제 종류를 나누고, 그중 서로 연결되는 항목은 괄호로 묶어 표시했다. 문장으로 풀어 쓰지 않고 "camouflage, pigment, vanish"처럼 핵심 단어만 남겼는데도, 나중에 이 노트만 보고 강의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다.
빙하 이동을 다룬 강의 노트도 마찬가지다.
중력과 융해라는 두 원인을 번호로 나누고, 그 아래 화살표로 각 원인이 만드는 결과(속도 변화, 마찰 감소)를 이어 붙였다. 강의에서 실제로 강조한 인과관계가 노트의 구조 그대로 남아 있다.
같은 강의를 어떻게 다르게 적는지, 직접 비교해보면
두 방식의 차이를 새의 이동 방식에 관한 짧은 강의로 다시 비교해보자. 교수가 "새들이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다는 이론과, 별자리 위치로 방향을 찾는다는 이론이 있다. 밤하늘을 본 적 없는 어린 새도 정상적으로 이동했다는 연구 결과는 자기장 이론을 더 지지한다"고 설명했다고 하자.
판단 없이 받아적는 노트는 이렇게 된다.
birds navigate using magnetic field theory and also star position theory young birds never...
문장을 따라가다가 정작 이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 즉 연구 결과가 어느 이론을 지지하는지는 시작도 못 하고 끝난다.
반면 판단과 구조화를 거친 노트는 이렇게 된다.
Bird navigation - 2 theories ① magnetic field ② stars research: birds w/o sky exposure → still migrated OK = supports ①
정보량은 오히려 더 적지만, 강의의 핵심 논리, 즉 두 이론이 있고 연구 결과가 그중 하나를 지지한다는 흐름이 그대로 남는다. 시험 문제는 대부분 이 흐름을 묻는다.
오늘부터 이렇게 연습해보자
노트테이킹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연습으로 느는 판단력이다. 처음에는 필기량이 확 줄어서 불안하게 느껴지지만, 그 대신 강의가 끝났을 때 노트만 보고도 전체 흐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연습하면 방향이 잡힌다. 리스닝 무료 연습 문제로 실제 강의를 들으며 이 방식대로 노트를 만들어보자.